조은산 "대통령은 '왜 지도자가 되었는가' 답 스스로 찾아야"

입력 2020-12-02 09:51   수정 2020-12-02 09:53



‘시무7조’ 상소문으로 이름을 알린 진인(塵人) 조은산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사태’와 관련해 침묵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구구절절한 변명도 좋고 궤변도 좋다. 최소한 침묵이 아닌, 권위를 내던진 지도자의 진실한 목소리를 국민들은 원한다"고 말했다.

조은산은 2일 자신의 블로그에 '대통령의 글'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확신이 없는 자에게서 확답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은산은 과거 정권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미 FTA와 광우병 사태로 민심이 이반됐던 당시를 거론하며 "그들은 숨지 않았고 대립의 정점에 서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의 자격'에 대해 말하겠다"면서 "한미 FTA를 둘러싼 각계각층의 반발은 두 대통령에게 각자 다른 성질의 문제로 다가왔다. 그러나 해법은 같았다. 국민적 저항에 맞서 회피와 침묵으로 일관하기보다는 뿔을 들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어 "때론 결기에 차있는 듯 일갈하며 어느 순간에는 짙은 호소력으로 다가온다. 자존심이 아닌 자부심이 가득한데, 그것은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함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라며 "무엇보다 당당하다. 왜 지도자가 되었는가. 왜 청와대에 있는가.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부름에 어떻게 부응하는가. 지도자에게 던져진 수많은 질문들에 거리낌 없이 답하고 그 답을 타인에게 미루지 않는다. 자신에게서 답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권위는 국민이 나서서 세워주는 것이지, 지도자가 스스로 세워야 할 것이 아니다"라면서 "'검란 사태에 대통령은 무얼 하는가' 이런 글을 원하겠지만 죄송스럽지만 나는 말을 아끼려 한다. 나는 확신이 없는 자에게서 확답을 바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확실한 것은, 담화문을 작성하며 느꼈을 그들의 고뇌가 침묵이 가져다 주는 편안함보다 훨씬 가치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라고 적었다.
다음은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담화문 중 일부 발췌
국민 여러분,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은 그냥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도전해야 합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한미 FTA는 시작 단계부터 우리가 먼저 제기하고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아무런 정치적 이득도 없습니다.

오로지 소신과 양심을 가지고 내린 결단입니다.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입니다.

FTA는 정치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닙니다.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국가경쟁력의 문제입니다.

민족적 감정이나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일은 아닙니다.

이번 FTA 협상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문제가 있는 것인지 국회에서 전문가들의 책임 있는 논의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기를 제안합니다.

정부도 국회에 나가 소상히 설명드리고 토론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어떤 개방도 충분히 이겨낼 만한 국민적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날 개방 때마다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승리했습니다.

결국 우리하기 나름입니다.

아무리 FTA를 유리하게 체결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앞서갈 수 없고, 협상의 내용이 다소 모자라더라도 우리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전합시다.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번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 냅시다.

감사합니다.

- 故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 관련 대국민 담화문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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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 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습니다.

저의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제가 '재협상 한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 자신, 많은 갈등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데 제가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취임 두 달 만에 맞은 이번 일을 통해 얻은 교훈을 재임 기간 내내 되새기면서 국정에 임하겠습니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청와대 비서진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폭 개편하겠습니다. 내각도 개편하겠습니다.

첫 인사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인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새로 출발하는 저와 정부를 믿고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촛불로 뒤덮였던 거리에 희망의 빛이 넘치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의 광우병 파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 中에서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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